간호학 알쓸신잡

생명 윤리학과 윤리적 의사 결정

집사냥 2023. 5. 30. 14:56

1. 생명 윤리학

생명윤리학은 생명공학과 의학적 기술에 의해 발생된 새로운 윤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생되었다. 생명 윤리학은 생명과학과 건강관리 영역의 행위가 도덕적인 가치와 원리에 비추어 조사되고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명윤리학의 한 축은 의료 차원에서 의료 행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발생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고 또 다른 축은 인간의 생명이 존재해야 할 당위성과 관련되어 부딪치는 요인들을 윤리학적으로 조명해 보려는 의도가 있다. 따라서 생명윤리학은 삶의 몇몇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얽혀 있는 여러 문제들을 분석 평가하고 문제에 내포된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풀어가는 학문이다.

1) 생명 윤리학의 중요성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로 급성장한 생명공학과 의료기술은 예전엔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윤리적 문제, 즉 인간 생명의 가치와 죽음, 인간의 본성, 인간의 주체적 활동, 인간 삶의 터전인 환경과 관련하여 기존의 전통적 윤리 이론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많은 윤리적 문제들을 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새로운 도덕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윤리적 가치판단의 대상이 된다. 과학과 기술이라는 인간의 활동에 있어서 행위의 동기와 목적, 그리고 결과에 대한 질문이 가능하다는 것은 과학과 기술의 활동, 그 자체가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님을 의미하며, 언제나 인간 행위로서의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간 행위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반성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윤리이다. 윤리는 사실의 물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당위의 물음, 즉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할 행위의 규범을 다룬다.

 

생명공학과 의학적 기술은 행위의 주체자로서의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생명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어디까지가 자연인가? 하는 끊임없는 철학적, 윤리적, 그리고 종교적 문제까지 제기하게 만들었다.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자연적 본성과 삶과 죽음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고 있으며, 얼마든지 자연의 지배와 조작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전통적 윤리관에 도전하는 새로운 윤리 문제를 낳게 하였다. 따라서 생명윤리학은 단순히 기존의 윤리설을 생명공학과 의학의 영역에 응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제기된 윤리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해결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새로운 윤리적 패러다임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2) 병원 윤리 위원회

윤리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의료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한 이해와 윤리 규범 혹은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의료인 개인의 윤리 의식도 중요하지만, 전문적으로 윤리 문제를 발굴하고 검토, 교육, 자문을 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윤리 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현대는 임상에서 다양한 윤리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그 해결을 위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그중 하나가 병원 윤리 위원회이다. 병원 윤리 위원회는 간호사, 의사, 법률가, 윤리학자, 사회업자와 같은 전문가 외에도 환자와 가족 등을 참여시켜 서로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 등을 토론하고 살펴봄으로써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윤리 위원회는 우선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학 실험의 영역에서 제기되었고, 점점 그 역할이 확대되었다. 1960년대 혈액투석기가 부족할 때 일부 병원에서는 혈액투석이 필요한 사람 중 누구에게 우선순위를 줄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윤리 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하였다. 이후 카펜 퀸란과 베이비 도우 등의 판례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주 정부들이 병원 윤리 위원회의 설치를 법제화하면서 병원에 윤리 위원회 설치가 가속화되었다. 또한 1992년 1월 미국의 병원 인증협회는 병원 및 기타 의료기관은 윤리 정책을 입안하고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직을 운영할 것을 요구하였고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윤리 위원회가 이 역할을 담당하였다. 국내에서도 대한 병원협회의 병원 표준화 심사 지침에서 병원 윤리 위원회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병원 윤리 위원회가 조직되어 있다.

 

병원 윤리 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치료와 관계된 윤리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개별 사례에 대한 심의 및 권고, 이것은 윤리 위원회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큰 역할이다.
  2. 병원의 윤리 정책을 결정한다. 윤리 위원회는 위원회에서 논의된 사례들을 정리하여 해당 병원의 윤리 지침서로 만들 수 있다.
  3. 의료인에 대한 교육이다. 개별 행위나 사건 등에 대한 대처보다는 의료행위의 주체인 의료인들의 윤리 의식 고취가 선행되어야 하고, 기존의 윤리 문제들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등 교육의 역할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기 때문이다.
  4. 의료인 및 환자에 대한 상담 및 자문이다. 윤리 위원회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특정한 환자와 의료인을 위해 상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3) 생명 윤리학의 분류

인간의 개체발생에 따라 생명윤리를 분류하면 생식의 윤리학, 진료의 윤리학, 죽음의 윤리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생식의 윤리학 : 생명의 시작과 관계되는 생식의 윤리에 대한 주제들은 성 선택, 성 감별, 산전 진단, 체외수정, 임신중절, 인간 복제 등이다.
  • 진료의 윤리학 : 치료 과정에서 발생되는 윤리적 주제들은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개발과 관련된 임상실험, 인체실험, 장기이식, 인간 유전자 조작, 성전환 수술 등이다.
  • 죽음의 윤리학 : 죽음에 관한 윤리적 문제는 안락사, 뇌사의 인정, 생명에 대한 유언, 치료의 중단과 보류, 의학적 충고에 반한 퇴원, 자살행위에 대한 조력 행위 등이다.

4) 생명 윤리 방법론

생명윤리에 관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법에는 연역 주의적 접근법, 결의론적 접근법, 반성적 평형 방법이 있다.

  • 연역 주의적 접근법 : 이 접근법은 윤리 이론을 연역적으로 개별적인 사례에 적용시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연역 주의적 접근법은 전통적으로 '실천적 삼단논법'이라고 부른다.
  • 결의론적 접근법 :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귀납적인 방법에 의해 사례들을 유형화시켜 하나의 윤리적 입장을 얻어내는 방법으로 귀납 주의적 접근법의 대표가 결의론이다. 이것은 어떤 구체적인 도덕 문제가 있을 때 그와 유사한 패러다임 사례를 토대로 유비 추론을 이용하여 도덕적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 반성적 평형 방법 : 도덕 문제에 대한 일상인들의 숙고된 도덕 판단이나 도덕적 지혜를 모은 다음, 이 판단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도덕원리를 설정한다. 그 후 도덕 문제와 관련된 배경 이론(철학 이론이나 메타이론)을 근거로 주어진 사례에서의 도덕 문제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2. 윤리적 의사결정

전통적으로 간호사들은 병원 내에서 윤리적 의사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였으며 병원은 권위와 더불어 보수적인 직업적 구조를 유지하며 직위 및 자격이 인정된 소수의 사람에게만 권리를 부여하여 왔다. 그 결과 간호사들은 대상자의 안녕과 안위를 위해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으나 도덕적 의사결정을 위한 책임이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도덕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없었고 도덕적으로 행동하는데 자유롭지 못하였다. 

 

간호사들은 점차 의료기관의 목표와 양질의 간호 목표 사이에서 더욱 심각한 갈등을 겪는다. 즉 간호사들은 대상자에 대한 윤리적 의무와 동시에 의사들과 자신이 속한 기관에 대한 의무를 갖는다. 따라서 간호사들은 복합적이며 다원적인 윤리적 책임 상황에 직면하여 어떻게 윤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의사결정은 전문직 간호사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이며 간호사가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전문직 간호의 발전을 위해서나 양질의 간호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간호사들은 윤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지식을 갖추고 준비하여 기관 내에서의 사회적 지위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므로 간호사의 역할 범위가 규명되고 의사결정 참여자로서의 위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1) 윤리적 사고의 단계

간호사가 윤리적 의사결정 시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가치나 지식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윤리 이론과 윤리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윤리 이론으로서 의료윤리에서도 흔히 적용되는 공리주의와 의무 주의 이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윤리 원칙으로는 자율성, 악행 금지, 선행, 정의의 원칙을, 윤리 규칙으로는 신의, 정직, 성실의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

 

보샹(Beauchamp)과 칠드레스(childress)는 윤리적 사고 단계를 4단계로 제시하였다. 첫째 단계에서 특정한 상황에서 선택해야 할 행동과 의사결정은 윤리 규칙에 의해 정당화된다. 이 규칙은 윤리원칙에 기본을 두고 있으며 크게는 윤리 이론에서 파생된다. 이 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이 규칙으로서 옳고 그른 것을 알게 하여 행동으로 선택할 것과 아닌 것을 명시해 준다. 둘째 단계에서 윤리 규칙은 윤리 원칙에서 나오며 한 가지 원칙에서 많은 규칙이 나올 수 있고 보다 구체적인 성격을 띤다. 셋째 단계는 규칙에 비해 좀 더 일반적이며 기본적인 진리와 법칙으로 공식을 만들 수 있고, 보편적이어서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공공연하게 표현된다. 윤리적 사고의 마지막 단계인 윤리 이론은 가장 이론적이며 보편적인 수준의 윤리적 판단 및 사고로서 규칙과 원칙의 모체가 되며 개인이나 집단의 도덕규범이나 규범 이론을 가르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고의 체계는 보다 구체적이며 특정한 것에서 추상적이며 보편적인 것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2) 윤리적 의사결정 모형

베르그만(Bergman) 등은 딜레마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위해 거치는 과정을 단계별로 제시하였는데, 그 과정은 상황제시> 정보수집> 환경의 명료화> 철학, 지식> 대안 결정> 행동> 평가> 일반화의 단계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한성숙(1992)은 베르그만 등이 제시한 모형을 참고로 하여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 단계를 제시하였다. 첫 단계인 정보는 딜레마 사례와 면담 자료를 의미하며, 둘째 단계에서는 제시된 딜레마가 윤리적인지 또는 어떤 점이 윤리적 쟁점이 되는지를 규명한다. 셋째 단계에서는 딜레마가 발생한 환경을 명백히 하기 위해 사건에 개입된 장본인이 누구인가, 그 환경에 연루된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한다. 넷째 단계에서는 윤리적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 가치체계와 지식을 확인한다. 즉 양심과 종교의 원리, 윤리 이론 및 윤리 원칙 중 어떤 것을 적용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하였는지 확인한다. 다섯째 단계에서 실제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여섯째 단계에서 의사결정에 따른 행동이 나오고, 마지막 일곱째 단계에서 평가한다.